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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그만걷자
작성일 2009-03-04 (수) 11:16
분 류 추억록
추천: 5  조회: 3127       
춘천 102보에서 홍천 11사까지.......6)
---- 내가 가시에 찔린 아픔은 남들이 전장에서 팔다리에 총맞은 것 만큼 아프다 -----

5월 ...
강원도의 모내기와 준비는 다른 지역보다 한참이나 빨리 시작된다.
대민지원도 거의 이때 부터 시작이 되는 것이다.

아직 새벽에는 서릿발이 날카로운 어느날, 인사계님의 명령으로 첫 대민지원을 나갔다.
산골 어느 마을의 어느 농가에가서 그냥 뭐 허드렛 꺼리를 정리하는 일.
열명 남짓 중대원은 간단한 운동복 차림으로 줄을 맞춰 아주 편한 발걸음으로 위병소를 나섰다.
이른 아침이라 밥도 안먹었으니 도착하자 마자 밥먹으라고 군불지핀 방으로 들어가라는 아주머니 말씀이
왜 그리도 따뜻한지...
곧바로 밥상 두개가 들어오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하얀 쌀밥(일반미)에 된장국에 나물들...보기만해도 눈에 기름기가 돈다.
된장국엔 고맙게도 하얀 삶은 계란이 하나씩 떠 있다.

어....희안하네.
된장에다가 삶은 계란을 넣어 먹네?????
일단 계란은 아껴먹을 요량으로 손도 안대고 된장국을 떠 먹었다.
역시....'군대가든' 된장국과는 향기부터 다르다.
이 하얀 찰진 쌀밥은 또 어떻고.ㅠㅠ 그 향과 고소한 맛이 가히 천상의 맛이려니.
밥그릇을 절반쯤 비우고는, 이제 계란을 먹어야지.

허거거걱!!!!!!!
계란을 먹을 요량으로 숟가락으로 계란을 뜨는 순간,
그건 계란이 아니었다.
그 뽀얀 속살을 된장국에 반쯤 드러낸 그것은 계란이 아니라.....

그 시절만 해도(86년도 지만..), 강원도 산골 등지에서는 여름내내 귀를 시끄럽게 만들던
개구리를 잡아다가 말려서 겨울에 단백질 보충용으로 먹곤 했는데,,
그 개구락지를 통채로 끓이면 물이 올라서 빵빵하게 부풀어 오르는 것이었다..

그랬다...개구리였다. 개구리가 큰대자로 뻗어서 부풀어 오른 배만 된장국 수면위로 내밀고
누워 있엇던 것이었다.
말려 구웠다면 그래도 편히 먹겠지만 잡은 그대로 말려서 삶은 상태에선 쉽지가 않았다.
옆에서 보고있던 고참 왈,
안먹어??? 그럼 내가 먹는다.!. 낼름 들고 갔다.

그렇게 맛나게 아침을 해결하고는 모내기 준비를 위한 여러가지 준비를 하고 돌아왔다.
첫번째 대민지원 끝.

얼마 후,
본격적으로 모내기가 시작된다.
사실 도시에서 태어난 도시놈이 모내기를 해봤을리도 만무하고, 어릴적 시골에서 자라다 시피 했다지만
말 그대로 열외대상일 뿐이었지만 워낙에 인원이 없는지라 이유불문하고 나가게 되었다.
동내라고 해봐야 주인댁 어른들 두분과 옆집 어른들 두엇. 그리고 우리인원 열명.
못줄잡기 두명빼고 나면 열두명에서 모 옮기기 한명빼고...열한명.
아저씨의 간단한 시범이 보여지고 난 뒤, 바로 작업에 투입되었다.
강원도 산골의 논이 넓지도 크지도 않지만 그래도 그 조각논들이 줄줄이 있어서 전체 면적은
지금 단위로 열마지기...(2천평)

이게 단순 노동이라 하다보면 요령이 늘고 빨라진다.
유난히 그런 쪽에는 강했던 나는 논 하나씩 마무리 할 때마다 나의 작업섹터가 점점 더 넓어지고 있는것을
발견했다..ㅠㅠ 남들은 허리만 돌려서 좌우로 심고 있는데 나는 게걸음을 하면서 최소 두발이상
넓게 작업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른 사람의 두배 이상의 넓이다. 지켜보시던 아저씨 왈,
'야..저기 저친구는 농사좀 해놨드래여?
손도 막 빠르고, 모도 안뜨는것이 잘하네?'

농촌으로 귀농할 뻔 했다..

두번째 날
부대 뒷편의 비탈 논으로 나갔다.
첫날의 경험이 있는지라 이번엔 여유있게 미리 널찍하게 내 구역(?)을 확보하고 너무나 자연스럽게
모를 쥐고 준비자세를 취했다.

자..시작해 볼까. ^^
으악!!!!
첫 모를 때서 바닥에 꼽는 순간.!! 비명이 나오는건 순식간이었다.
모 포기를 쥔 엄지 검지 중지 세 손가락이 논바닥 흙속으로 들어가지가 않는다.
대신에 손끝에 전해지는건, 날카로운 돌의 모서리에 닿는 고통이었다.
............................
어제의 논은 홍천강변 낮은 쪽이라 그래도 제법 뻘층이 형성된 논이었지만
오늘의 논은 산비탈 계단인데다가 뻘흙이 아니라 반 이상은 말그대로 자잔한 자갈이었다.
한마디로 손가락으로 모를 잡고 흙을 비비고 뚫고 들어가서 심어야 하는 것.
그래도 어째...해야 한다. 해야만 한다.!!
며렇게 몇마지기를 끝낸 후, 내 손가락엔 지문이 남지 않았다.

셋쨋날
다시 강변의 나즈막한 곳.
이미 나의 작업범위는 거의 무한정이었다. 거짓말좀 보태서 넓이의 삼분의 일은 내 자리였다.
뜨거운 해가 솓아 올라 모두들 윗통은 벗고 러닝만 입은체 하루종일 모를 심었다.
아마 지금 그렇게 하라면 분명 허리 부러지고 목 꺽이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지만
그때는 그저 땀만 흘릴 뿐, 그저 힘쓰는 일일 뿐, 나머지는 없다.

다음날..
마찬가지로 모심기하러 또 나가려고 준비하는데, 행정병이 부르더니 남아 있드란다.
휴가 가란다. ~~~~~~~~~ 입대한지 몇개월 되지도 않았는데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고
하여간 가란다. 7일간의 포상휴가라나...
아~싸~~~~~
고참들의 의심에 찬 눈초리가 느껴지긴 했지만 뭐 어쩔수 없다.
까라면 까는 군인이다. 그래도 막내가 휴가 간다고 남은 고참들이 신경을 써 준다.
옷도 챙겨주고 다려주고 빌려도 주고,,, 물론 복귀할 때 뭘 가지고 와야 하는지도 친절하게 알려주고.

참 머나먼 길이다.
홍천에서 버스를 타고, 상봉터미날로 가서 다시 전철로 서울역으로 가서 기차를 타야된다.
집에 가는구나.......딱 6개월만에.......
어느덧 시간은 오후가 되었고, 기차는 낙동강변을 따라 부산역에 가까워 지고 있었다.
'어라....이게 무슨 냄세지....익숙한데....'
통일호 기차 안으로 들어오는 바깥공기가 어디선가 익숙한 냄세가 난다.
어디서 맡았을까......
부산역에 도착. 플렛폼을 나서면서 맘껏 공기를 마셨다. 싸제 공기다~~ 고향의 공기다~~~
앗...이 냄세는 바로....
십여분 전 물금을 지나오면서 느꼈던 그 냄세는 바로,,,
바닷물의 짠 냄세였던 것이다. 바닷가 해변 마을에서 느낄 수 있는 비릿하면서 살짝 콤콤한
갯마을 냄세였던 것이다.
강원도 산골에서 6개월간 맑은 피톤치드를 마셨으니 곧바로 바닷가 요오드가 금방 느껴질 수 밖에.

'누구세요?'
'어머니 접니다~'
대문을 들어서자 마자 어머님은 신발도 신지 않으시고 맨발로 뛰어 나오셨다.
군대보낸 큰아들이 연락도 없이 불쑥 나타났으니 얼마나 반가우셨을까..
시간지나고 다음날로 넘어간다.
아버지께서 목욕가자 하신다. 갔다.
탈의실에서 옷을 벗는데 아버지 말씀
' 원아...니 몸이 와 그렇노?'
'와예? 뭐 이상합니꺼"
옷을 벗다말고 거울앞에 섰다..
이야~~~~~ 내가 봐도 몸짱 쥐긴다. 저 튼실한 허벅지 하며, 떡 벌어진 어깨.
6개월 전의 내가 아니다.  황홀감에 더 젖어들기 위해 홀라당 벗었다.

순간 아버지께서 이상하다는 말씀의 이유를 알았다.
분명 완전 탈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내 상체에는 살색 러닝이 그대로 있었던 것이다.
하루 전, 뙤약볕 아래에서의 모내기로 인해, 벗은 자리와 입은자리의 색깔이 완전하게
달라져 있었던 것이었다.
젠장....이거 쪽팔려서 어떻게 탕에 들어가...수건을 어깨에 두르고 목욕을 해야 했다..

끝.






이름아이콘 알롱잠돌
2009-03-04 20:28
회원캐릭터
ㅎㅎ추억록 잘 읽었습니다
개구리가 통째로 된장국속에 목욕도하고
농번기 봉사활동까지.....농촌에 사는 요즘 아이들도 모내기는 모르고 사네요
옛날 추억속에 잠시 잠겼다 갑니다^^
   
이름아이콘 자작고개(투호)
2009-03-04 23:56
회원캐릭터
사진 같은거 겯드려주시면 더 실감 날텐데...
담에 재 연제글 5화에는 사진도 가미하려고요^^
기대하시라~~
   
이름아이콘 그만걷자
2009-03-05 09:35
회원사진
사진을 올리려고 했는데,,워낙에 빠듯한(?) 내무생활과 문화생활과는 거리가 먼 말단부대여서 쫄병시절의 사진이 거의 없네요..ㅎㅎㅎ가능한 올려볼께요.^^
   
이름아이콘 토꾸꼬랑지
2009-06-17 14:45
회원캐릭터
대민지원에 아침밥을 민간인에게서 얻어먹는게 신기하군요,,,,기상과 동시에 부대식당에서 식사하고,,집합....점심은 민간인에게 얻어벅지만..ㅎㅎㅎ암튼 추억이 실감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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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추억록 춘천 102보에서 홍천 11사 까지.......12) [8]+2 그만걷자 2010-11-01 3256 1
75 추억록 오분대기조 [7]+7 화랑78 2010-11-01 2851 0
74 추억록 나의 실수이야기 [8]+9 화랑78 2010-10-28 2934 1
73 추억록 허무하게 끝난 응원용 에어로빅 [6]+6 중통 2010-10-25 2772 0
72 추억록 춘천 102보에서 홍천 11사 까지.....11) [7] 그만걷자 2010-10-22 2831 0
71 추억록 별들의잔치날 [8]+2 교육계 2010-10-21 3118 11
70 추억록 춘천 102보에서 홍천 11사 까지.....10) [10] 그만걷자 2010-10-13 3151 0
69 추억록 군시절 저의 개인화기 사격... [5]+5 중통 2010-10-13 2826 0
68 추억록 생각나는대로 한마디 [6]+3 화랑78 2010-10-12 2826 0
67 추억록 훈련소의 느린 친구 [1]+1 중통 2010-10-07 2829 10
66 추억록 제가 군생활 하던 4중대 [4] 천호동불발탄 2010-09-24 3529 10
65 추억록 말년수련기 [7]+6 동향 2010-09-07 2991 0
64 추억록 지독하게 불운했던 군말년시절 [7]+5 중통 2010-09-02 3131 0
63 추억록 1호차 선탑으로 휴가출발의 영광 [5]+4 중통 2010-08-30 3311 10
62 추억록 13연대의 제식훈련 [6]+4 중통 2010-08-26 2937 10
61 추억록 Re..참고사진2 (내용무) 13연대11중대 2010-08-26 2800 10
60 추억록 Re..화천강도하훈련 참고사진입니다 [4] 13연대11중대 2010-08-26 3430 10
59 추억록 경계근무의 진수 [6]+5 중통 2010-08-21 2934 5
58 추억록 84년 팀스피리트 훈련 [9]+2 꿈의대화 2010-08-19 3086 5
57 추억록 배식당번의 추억들... [7]+13 중통 2010-08-18 3126 5
56 추억록 주특기 교육(81미리 박격포) [6]+4 중통 2010-08-17 3492 10
55 추억록 북한강 도하훈련 뒷담화입니다. [7] 꿈의대화 2010-08-16 3236 11
54 추억록 83년 팀스피리트-2 [11]+7 중통 2010-08-14 3330 20
53 추억록 모내기 대민지원 [10]+9 중통 2010-08-11 2938 23
52 추억록 103보충대... [6] 동향 2010-08-07 4248 5
51 추억록 입영전야의 추억들 [6]+10 중통 2010-08-06 2994 25
50 추억록 자대 가는 길 [3]+3 동향 2010-08-05 2948 19
49 추억록 혹한기 동계훈련 [5]+4 중통 2010-08-04 3106 25
48 추억록 분대장반 교육대에서~~ [9]+3 꿈의대화 2010-08-03 3696 17
47 추억록 제설작업에 질린추억 [8]+7 중통 2010-08-02 2844 14
46 추억록 추억의 선착순 완전군장^^ [3]+1 중통 2010-07-31 2636 20
45 추억록 유격장에서... [6]+2 중통 2010-07-30 3112 20
44 추억록 장작패기의 추억^^ [4] 중통 2010-07-28 2567 28
43 추억록 추억 동해 2010-07-28 2687 0
42 추억록 13연대 4중대의 불굴의 투구 [2] 중통 2010-07-21 2811 9
41 추억록 홍천강의 추억 [2]+1 중통 2010-07-16 2803 6
40 추억록 그리운 훈련소 [7]+7 중국통 2010-07-13 3045 18
39 추억록 후임병이 전역하는이에게 바라는 메세지 [2] 엠육공 2010-03-10 2806 10
38 추억록 논산훈련소에서 102보충 대 까지.... [3] 쩡똘 2010-01-17 3109 0
37 추억록 춘천 102보에서 홍천 11사까지......9) [3]+1 그만걷자 2009-12-30 3323 1
36 추억록 591 공작산 부대 어떻게 된거에요? 마이콜 2009-12-17 2778 0
35 추억록 강릉에 무장공비가 침투했었어요(2) [3] 화기분대장 2009-12-09 2904 2
34 추억록 강릉에 무장공비가 침투했었어요(1) [6] 화기분대장 2009-12-08 3060 10
33 추억록 춘천 102보에서 홍천 11사 까지.....8) [6] 그만걷자 2009-12-03 2924 20
32 추억록 전역자 선.후배 여러분 군생활 에피소드, 추억많이 많이 올려주세.. [1] 자작고개 2009-10-12 2536 10
31 추억록 춘천 102보에서 홍천 11사 까지.....7) [7] 그만걷자 2009-09-03 3015 10
30 추억록 차려포 [6]+2 빤스 2009-05-18 2957 10
29 추억록 화랑부대라는...가슴벅찬 추억록[제6화] [12]+4 자작고개(투호) 2009-03-17 3579 10
28 추억록 화랑부대라는.. 가슴퍽찬추억록[제5화] [6]+2 자작고개(투호) 2009-03-05 3508 0
27 추억록 춘천 102보에서 홍천 11사까지.......6) [4] 그만걷자 2009-03-04 3127 5
26 추억록 춘천 102보에서 홍천 11까지.....5) [1] 그만걷자 2009-02-24 302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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